1920년대의 미국은 경제 호황과 함께 사치스럽고 화려한 패션이 주목받던 시대로, 특히 주얼리는 상류층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는 이 시대의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한 영화로, 등장 인물들이 착용한 주얼리 역시 192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에서 돋보였던 1920년대 주얼리 스타일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주얼리 디자인, 그리고 현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빈티지 주얼리 트렌드까지 알아려고 한다.
원작 소설, 프랜시스 스콧의 위대한 개츠비
1925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동명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대표적인 위대한 미국 소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재즈가 유행하고 금주법이 시행되던 20년대 미국의 뉴욕을 배경으로 씌여 진 소설은 세계 1차대전의 승리 후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지만 반면 윤리적으로 타락한 미국 사회의 치부를, 아메리칸 드림의 타락과 절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소설이다. 피츠 제럴드의 생전보다 사후 인기를 끌게 된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연출을 맡았던 바즈 루어만 감독이 다시 또 디카프리오와 함께 제작한 영화다.
영화는 1922년 뉴욕의 외곽에서 살고 있던 닉이 호화로운 별장에 살고 있는 개츠비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후 돌아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개츠비라는 인물은 비밀스러운 남자로 토요일마다 이 백만장자의 파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초대한다. 화려한 파티에 초대 받은 닉은 개츠비와 우정을 나누게 되고 자신의 사촌인 데이지가 개츠비와 연인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다다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다양한 주얼리를 착용하고 파티에 나타나는 데이지는 개츠비가 아닌 부유한 톰과 결혼한 상태로 다시 개츠비와 재회하면서 잊혀진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 등장 인물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지는 1920년대 주얼리 스타일의 특징
1920년대는 미국은 "재즈 시대(The Jazz Age)”로 불리며, 여성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패션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대담한 스타일을 선호하게 된 시기였다. 이와 함께 주얼리 디자인도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는 사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여주인공들인 데이지 와 조던이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주얼리로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먼저 데이지의 스타일부터 살펴보겠다.
• 화려하고 우아한 상류층의 대표적인 캐릭터, 데이지의 주얼리 스타일
데이지 뷰캐넌은 1920년대 뉴욕의 상류층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그녀의 스타일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녀가 착용한 주얼리들은 모두 1920년대의 아르데코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특히 티파니(Tiffany & Co.)가 제작한 주얼리가 영화에 등장했다.
데이지가 개츠비의 파티에서 처음 재회하는 장면에서 착용했던 사보이 헤드피스(The Savoy Headpiece)는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주얼리로 손꼽을 수 있다. 이 헤드피스는 당시 상류층 여성들이 자주 착용했던 주얼리로 플래티넘(백금)에 25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셋팅되었으며 이슬 방울처럼 늘어진 진주 장식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이 디자인은 티파니에서 "더 그레이트 개츠비 컬렉션(The Great Gatsby Collection)"으로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수십만 달러의 고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었다.
개츠비의 저택에 데이지가 실크 드레스를 입고 (*드레스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 제작) 방문하는 장면에서는 다이아몬드 롱 팬던트 롱 네크리스(Diamond Long Pendant Necklace)가 등장한다.
이 목걸이는 1920년대의 유행했던 아르데코 스타일이 반영되었으며, 플래티넘의 체인에서 길게 늘어진 다이아몬드 팬던트는 데이지가 입고 있는 드레스와 잘 매치되며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당시 롱 네클리스는 여성들이 흔히 착용하는 스타일로 자유롭고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파니에서는 다이아몬드 대신 화이트 골드와 진주로 변형 제작된 제품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데이지 뿐만 아니라 조던도 자주 착용한 다이아몬드 드롭 이어링(Diamond Drop Earrings)은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다이아 몬드가 셋팅되어 길게 늘어뜨리는 스타일이다. 티파니 뿐만 아니라 카르티에(Cartier)나 불가리(Bvlgari) 같은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데이지가 수 많은 파티에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 때마다 착용한 진주 멀티 스트랜드 브레이슬릿(Multi-Strand Pearl Bracelet)은 상류층 여성들에게 우아함의 상징인 진주를 소재로 제작된 주얼리다. 특히 진주를 여러 겹으로 겹쳐 착용하는 것이 당시 유행이였고, 중앙에는 다이아몬드 브로치 장식이 추가되는 손목을 감싸는 넓은 디자인이다. 현대에도 진주 팔찌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진주를 스페셜하게 디자인하는 타사키(Tasaki) 같은 브랜드에서도 많은 제품이 선보여지고 있다.
추가적으로 브로치는 남녀 상관없이 1920년 상류층에서 자주 착용하던 악세서리였다. 영화에서 톰이 턱시도를 입고 라펠에 브로치를 착용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대칭적이면서 기하학적 패턴의 아르데코 스타일에 블루 사파이어나 에메랄드가 추가되어 변형된 디자인도 있다. 이런 빈티지 스타일의 브로치는 요즘에도 여전히 경매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판매되고 있다.
• 실용적이고 세련된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 조던 베이커의 주얼리 스타일
조던은 골프 선수이자 독립적인 여성으로 등장하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데이지처럼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의 스타일 역시 이러한 성격이 반영되어 불필요하게 화려한 장식 없이 세련된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주얼리를 착용한다.
조던은 사교적인 분위기에서도 활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팔찌도 손목에서 크게 방해되지 않는 심플한 다이아몬드 테니스 브레이슬릿 (Diamond Tennis Bracelet)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그녀가 톰과 개츠비의 저택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팔찌가 돋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테니스 브레이슬릿은 플래티넘 또는 화이트 골드로 제작되어 정교하게 셋팅된 작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가 일정하게 배열된 주얼리다. 티파니에서는 빅토리아 테느스 브레이슬릿, 불가리는 세르펜티 테니스 브레이슬릿, 해리 윈스턴에서는 클래식 테니스 브레이슬릿 등이 현재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 판매되고 있다.
조던이 톰과 데이지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과하게 크거나 화려한 반지대신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의 신여성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으며 사각형 혹은 삼각형으로 컷팅된 다이아몬드를 셋팅한 제품들이 특징을 보인다. 현대에서는 반클리프 아펠의 아르데코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을 수 있다.
현대에서 재해석된 1920년대 주얼리 트렌드
영화 속에서 조던 베이커가 착용했던 주얼리는 1920년대 신여성(Flapper) 스타일을 대표하는 실용적인 주얼리들로 오늘날에도 미니멀한 아르데코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많은 사람들이 데일리 주얼리로 착용하고 있다. 영화에서 등장한 주얼리는 캐릭터의 성격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진주 롱 네클리스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할 때 많이 착용하고, 헤드피스와 헤어밴드는 웨딩 주얼리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고, 빈티지 스타일로 컬러 스톤과 다이아몬드가 믹스 매치된 다양한 주얼리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1920년대 주얼리는 과거의 유행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웨딩, 파티, 레드카펫 행사 등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남아 있다. 영화 속 보석들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며, 이러한 점이 현대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처럼 그 시대의 문화와 캐릭터의 개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현대에서도 여전히 사랑받으며 판매되고 있다.